주변에 주식 투자를 권하다보면 자주 보게되는 반응이 있습니다.
"주식? 그거 도박 아니야?"
아마도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한정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하다보니 집안에 주식으로 망한 사람 한두명쯤은 꼭 있고, 주변에서도 주식하다 돈 잃었다는 소리를 많이 듣다보니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생각이 깊이 박혀있고, 자식 세대에게도 주식은 절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서 그런듯 합니다.
과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재무 관련 정보도 한정되어있고 풍문으로만 주식을 했었으니 그럴법도 합니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으면 돈이 되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으니까요.
제가 추천 도서에 올린 채권 투자란 무엇인가의 저자 빌 그로스는 펀드 매니저가 되기 전 라스베가스에서 프로 도박사가 되기위해 노력했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철저하게 확률에 의한 도박을 하고 실제로도 어느정도의 수익을 봤다고 써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나중에 채권 펀드 매니저로서의 투자 원칙을 세우는데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이 글은 주식을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싶은 이야기입니다. 주식은 과연 도박일까요? 저는 반은 비슷하고 반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맞추면 돈을 벌고 틀리면 잃는다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하지만 틀렸을 때 도박은 전부 다 잃지만, 주식은 그래도 일부 손실만 보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물론 도박도 전체 자금의 일부만 베팅하면 되겠지만 각 베팅당 투입되는 자금이 모두 사라진다는 점에서 도박과 주식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즉 주식은 어느정도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분산투자를 한다면 돈이 전부 사라지는 일은 막을 수 있지요. 그럼 리스크를 관리하며 도박같은 주식 투자에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오히려 도박의 속성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고스톱을 중학교때 배웠습니다. 그것도 학원 수학선생님한테서요. 흔치 않은 케이스지요. 처음 배울때는 그림 정도는 알고 시작했는데 패만 좋으면 따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광 세개 들어오면 무조건 이기고 뭐 그런 식으로요. 보통 한 번 모이면 밤새도록 놀면서 쳤는데(같은 아파트에 살았어서 부모님 허락 받구요~) 꼭 마지막에 정산해보면 선생님이 따고 끝났습니다. 한두번이야 선생님 패가 좋아서 많이 따셨나보다 할테지만 매번 그러니 참 신기했습니다.
어느날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고스톱도 수학이다. 확률이 높은쪽에 베팅해서 승률을 높여야한다구요. 예를 들어 바닥에 깔린 패중에 먹을 게 없으면 가지고 있는 패 중에서 쪽을 먹을 확률이 높은걸(아직 판에 안깔린 것) 낸다는 것, 고 / 스톱을 결정할 때 상대방이 점수가 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본 후 결정하다는것 등이죠.
확률이라는것이 굉장히 신기해서 여러번 반복 시행되다보면 결국 확률에 맞는 결과가 나오게됩니다. 동전을 100번 던지면 50번 이쪽 저쪽으로 앞면이 나오는 원리죠. 패 하나하나 낼때마다 확률을 생각해서 던지면 결국 승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게되고, 올라간 승률은 밤새도록 고스톱을 치면서 횟수가 반복되면 결국 실제 이기는 판이 늘어나게되는 효과를 얻게됩니다.
투자 종목을 선택할때도 동일하게 생각해야합니다. 이 종목이 과연 오를것인가 내릴것인가, 오른다면 어느 정도의 확률로 오를것인가 등을요. PER 수치는 어떠한가, 지난 3년간 실적 추세는 어떠한가, 회사의 자본 상태는 어떠한가, 업황은 어떠한가, 코스피 상황은 어떠한가 등등 여러가지 기준을 놓고 오를 확률이 높은지 낮은지 판단하여 투자를 결정해야합니다.
간혹 누가 좋다고 해서, 많이 떨어졌으니 반등할거같아서 등의 확률과 전혀 상관 없는 요인들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정말 순수한 "도박"을 하고있는겁니다.
투자 수익을 볼 확률을 높인다 해도 결국 100%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주식은 신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제대로된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하여 매매한다면 상폐당하지는 않습니다. 손실이 발생해도 그리 크지 않고 다시 오를 확률도 있구요.
기준을 갖고 투자하는걸 과연 도박이라 할 수 있을까요? 주식이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삼성전자가 264만원을 가고 하이닉스가 8만원을 간 상황을 보면 미쳤다고 하겠죠? 게거품이라고 곧 폭락할거라구요. 하지만 제가 정한 기준으로는 아직도 저평가 상황입니다. (그래서 보유했던 하이닉스를 추매만 했지 매도는 안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언제나 좋은 패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3점 나서 이기는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패가 들어왔을때 최대한 점수를 내야 마지막에 정산해보면 돈을 딸 수 있다구요. 3점짜리 10판 이겨봐야 3점씩 10번 X 2명, 60점입니다. 하지만 쓰리고, 광박, 피박에 15점 나면 120점씩 두명, 한판에 240점이 납니다. 갑자기 앞에서 싼걸 내가 먹고 점수가 나면 고를 할것인지 스톱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하고, 이 결정이 최종 점수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어떤때는 오히려 고박을 쓰기도 하지요.
핵심은 이것입니다. 좋은 종목을 잡게되면 최대한 뽑아가야합니다. 앞에서 말한 확률을 아무리 높이더라도 이게 얼마나 오를지는 사실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은 변덕스러우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미리 겁먹어서 얼마 오르지도 않은 좋은 종목을 섣불리 매도하는 것도 경계해야합니다. 충분히 더 갈 수 있는 종목인데 작은 수익을 지키기 위해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별다른 시그널이 없다면 길게 가져가서 수익을 극대화해야합니다. 작은 출렁임에 초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식은 돈 넣고 돈 먹기이니 도박의 속성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프로 도박사를 직업으로 삼고있고, 또 엄청난 상금을 휩쓰는 사람도 분명 존재합니다. 프로 도박사들은 바닥에 깔린 패를 보고 순간적으로 본인의 승률을 계산해낸다고합니다. 도박을 도박이 아닌 확률게임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들 또한 일정 이상의 돈을 주식시장에서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