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 비교적 편한 내무생활을 하는 부대에 배치받았습니다.
내무실 한편에는 그동안 부대를 거쳐갔던 사람들이 사놓은 책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작업이 없는 주말이면 그 중 하나를 꺼내어 시간을 보내는게 작은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뽑은 책이 로버트 가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였습니다. 책은 시리즈별로 다 구비되어있었는데 내용은 다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그 핵심 내용이 아직 경제생활을 해보지 못했던 대학생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바로 직업이 크게 4가지 타입으로 분류된다는 것이었습니다.
1. 월급쟁이
2. 전문직
3. 투자가
4. 사업가
책에서는 1,2 번에 속해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쓰여있었습니다.
진정한 부자가 되려면 3,4 번에 속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당시에는 부자라는 기준에 대해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기때문에 전문직이라면 의사, 변호사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부자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성공한 투자가나 사업가의 부의 규모를 생각해보니 어떤 느낌인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하고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2년간의 공백때문에 전공 따라가기에 벅찼지만, 도서관에 가득 차있는 각종 재테크 관련 서적들은 바쁜 학과 생활 내에서 작은 휴식과도 같았습니다.
그 시절 정말 2년간 학교 도서관에 있는 주식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어봤던 것 같네요.
책을 읽으니 주식이 뭔지 알 것 같았고, 가요사키가 말한 투자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용돈과 과외를 해서 모은 100만원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시작한 내가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호구에 불과했다는걸요.
처음엔 가치 투자를 해보겠다고 종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당시 잘나가는 대기업 종목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무분석 없이 매수했기에 가치 투자가 절대 아니었지만 유명한 종목이니 사면 바로 오르겠지? 라는 생각으로 매수를 했지요.
결과는? 오르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는 횡보상태였습니다. 저는 조바심이 났습니다. 얼른 한 10%, 10만원쯤 먹으면 친구들이랑 술도 먹고 옷도 사고 할텐데 대체 왜 안오를까 하고 안달이 나버린거죠. 그래서 어떻게 했냐구요? 팔았습니다. 더 변동성이 좋은 주식으로 갈아타려고.
그렇게 해서 엔터테인먼트 종목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엔터 주들은 실체 없이 연예인 영입 공시, 또는 연예인이 회사에 투자했다는 공시를 띄우며 줄상한가로 며칠 사이에 수십~수백% 의 수익을 내주는 핫한 섹터였습니다.
저도 그 대박을 노리고 엔터주 근처를 기웃거리다 대체 어떤 종목이 오를지 알 수가 없어 매수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도 해보고 하다가 결국 어떤 주식 카페에 가입하기에 이르렀지요. 그곳에는 카페장이 있고 카페장을 신봉하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카페장이 어떤 종목을 추천하면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를 하는 곳이었지요. 그곳에서 얻은 정보로 저도 드디어 급등주에 탑승하겠구나 했습니다.
당시 젠 네트웍스라고 지금은 아마 상폐되어 없는 종목으로 알고있는데 겁도 없이 전재산을 모두 베팅했습니다. 영입될거라는 연예인 관련 뉴스는 안나오고 하루 이틀 지나니 주가는 점점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몇달 들고있다가 손실만 잔뜩 본 채 매도를 하고 나왔습니다.
이후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투기겠지요)를 했으나 역시나 손실만 보고 나왔고 100만원은 절반도 남지 않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100% 를 벌어도 손실인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렇게 파란만장한 대학 시절의 투자를 마치고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업 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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