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부동산 8.2대책, 그 이후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어지는 내용들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해주세요.(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너무 민감한 문제니까요)
생각해볼 내용들이 많아 두 번 나누어 글을 쓰고, 첫 번째로 부동산 시장 그 자체에 대한 향후 전망, 그리고 두 번째 글에서는 이것이 우리의 생활과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8.2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겠죠?
8.2 대책은 부동산 투기가 심한 지역을 지정하고 거기에 투자에 걸림돌이 될 만한 제약들을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지역 지정은다음과 같고 제약이 심한 순서입니다.
1. 투기지역 :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와 세종시 총 12개 지역을 말합니다.
2. 투기과열지구 : 서울 전체와 경기도 과천을 말합니다.
3. 조정대상지역 : 경기도 성남/하남/고양/광명/남양주/동탄2 와 부산 해운대/연제/동래/부산진/남/수영구와 기장군을 말합니다.
이들 지역에 어떤 제약 조건이 생겼나 하면(주요한 것만 살펴보겠습니다.)
1. 공통적으로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사라졌고,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 +10%, 3주택 이상부터는 +20% 적용됩니다.
1주택자라도 2년만 소유하면 양도소득세가 비과세 되던것이 2년간 거주해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분양권 전매시 양도세율은 무조건 50% 입니다.
신규 청약 건수가 생기면 가점제 75%, 추첨제 25%적용합니다.
3. 투기과열지구는 LTV/DTI를 40%로 제한합니다. 2주택 이상 보유시 30%로 제한합니다.
분양권 재당첨 기간을 5년으로 하고 당첨시 등기시까지 전매를 금지합니다.
부동산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합니다. 신규 청약시 100% 가점제를 실시합니다.
4. 투기지역은 주택담보대출을 세대당 1건으로 제한합니다.
위 제한조건은 투기지역은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의 제한사항을 모두 포함하고, 투기과열지구는 조정대상지역의 제한사항을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양도세 중과세의 경우 내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위 제한 조건들에대한 정부의 속내와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겠습니다.
1. 양도소득세 강화 관련 : 정부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갭투자자의 수익을 줄이겠다는겁니다. 통상 갭투자자는 매매가-전세가 차이만 들고 전세입자를 들여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데, 본인이 실제 거주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거주 2년 제한 조건이 들면 무조건 양도세 중과세에 걸리게 되므로 수익이 줄어 기대 수익이 작아집니다.
이에대한 제 예상은 대출에 의한 갭투자자는 줄 것 같습니다. 보통 신용대출로 1억~2억 정도 동원 가능한 직장인이 갭투자로 재테크를 하게되는데 은행 이자와 양도세를 생각하면 확실히 그 수요는 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 돈으로 하는 갭투자자는 줄지 않을 것 같네요.
내년 4월부터 적용하겠다는것은 유예기간을 줄테니 낄끼빠빠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쫄리면 뒈지시던가죠. 하지만 수익이 없는 곳에 세금도 없습니다. 양도세를 낸다는건 어찌되었건 수익이 난다는 소리로, 극심한 눈치보기가 예상됩니다. 시세 하락이 크지 않다면 다음 정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사람도 많을겁니다. 왜냐하면 수십년간의 역사가 부동산은 결국 상승한다는걸 보여줬기 때문이죠.
2. 대출 규제 강화. 사실상 왠만한 집을 사려면 이제 LTV 40% 적용됩니다. 8억 집이면 4.8억은 내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신용대출이 있지만 이율이 담보대출보다는 높고, 장기 상환이 안되기때문에 그 규모가 크지는 않을것입니다. 정부는 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 부채를 관리하고, 쓸데없는 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걸 막고 싶었을겁니다.
그런데 5억 대출이라 해도 현재 금리에 30년을 걸면 원리금 상환액이 월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가능한 금액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8억 집에 3억 대출만 나오니 실제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본인 자산이 축적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깊게 생각하면 부모가 돈이 많은 사람은 초기 자산을 많이 투여해서 일부 대출을 받고 여전히 집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기 자산은 없지만 노력해서 높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없습니다. 결국 그나마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였던 부동산의 신규 집입을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수요를 잡아 부동산 값을 잡아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실수요까지 잡아버리게 된 것입니다.
3.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 1건 강화. 일부 지역의 투기지역 지정에는 의문이 있지만 주로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을 타겟으로 합니다. 이들 지역은 30평대기준 못해도 8억을 넘는 시세를 보입니다. 기존 대출이 있다면 신규로 매수하기 어려워 진다는 것이지요. 역시 매수세를 잡아 가격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보이는데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들 지역은 주거 환경이 뛰어나며, 앞으로 더 좋아질 곳으로, 신규 수요가 없다하여 딱히 기존 거주자들이 나갈 곳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성이 구축되어 서울 시내의 외딴섬(좋은 의미로)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4. 청약 가점제 실시. 청약을 해보면 아시겠지만 가점이 높으려면 일단 나이가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무주택 기간도 늘리고 청약 통장 가입 기간도 늘리고 가족도 더 생기고 하죠. 그래서 신혼부부의 경우 당첨제 물량을 노려야 하는데 이제는 다 가점제라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당첨이 불가능한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청약 시장을 잡아 분양가를 낮춰 신규 분양에 따라 주변 시세까지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보입니다. 일단 분양가는 좀 낮추는 추세입니다만, 여전히 청약 경쟁률은 1:1 을 훌쩍 넘습니다. 오히려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을 거래하는 불법이 성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청약 통장을 산다는 광고를 보신 적이 있을겁니다.)
5. 자금 조달계획 제출. 정부는 부모의 지원으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수요를 잡아보고자 실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증명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부모가 지원하는 돈에 증여세를 내기 싫어서 몰래 지원한 것 뿐이지, 진짜 돈 많은 집들은 그냥 증여세 내고 돈 지원할겁니다. 아니면 부모가 부동산을 직접 사서 증여하던가요. 5억 증여하고 자진신고하면 증여세가 8천쯤 나옵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 점이 하나 있다면, 지역 구분 시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는겁니다. 성남 분당의 경우 30평대 아파트가 7억 선입니다.(1년도 안되서 1억이 올랐지요). 판교의 경우 9억입니다. 노원구의 경우 5~6억 정도입니다. 그런데 노원구는 투기지역이고 분당 판교는 조정지역입니다.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며 분당, 판교의 풍선 효과가 우려됩니다.
실제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호갱노노에서 검색해본 분당 정자동 상록우성 37평의 실거래가가 8.2 대책 전 7.5억 ~ 8억 선이었습니다.
아래 네이버 부동산의 호가(물론 호가일 뿐입니다.)는 8.5억 선입니다. 한달만에 5천을 올려 부르고 있습니다.
제 지인도 분당 아파트를 내놓았다가 매수 희망자가 너무 많아 다시 거둬들였고 호가를 정책 전보다 5천 올려 부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정부에서 과연 각 항목별 실제 효과가 어떻게 될지 깊이 생각하고 정책을 만든 것인지 심각하게 의문이 듭니다.
이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부동산을 잡기 위해 실수요까지 잡아버린 격이 되었습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저라면 공급을 늘려 가격을 잡겠지만, 정부는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였습니다. 괜찮은 입지에 신도시를 만들 땅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는 가는 결정이지만, 언젠가는 큰 부작용(부동산 폭등) 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비교적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을 오히려 조정 지역으로 풀어버리므로써 풍선 효과를 일부러 유발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정도입니다. 분당, 판교 사례에서 그 진정성을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정부 요직자들도 2주택자이면서 2주택 이상인 자들을 적폐세력인양 호도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게 마련인데다가, 전 시장주의자이다보니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부작용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를 이기는 개인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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