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자이야기/자영업 이야기

부업으로 편의점 운영한 이야기_5 - 왜 하면 안될까?

스택 사냥꾼 2023. 6. 19. 10:21

분명 편의점은 풀오토가 가능한 형태의 프랜차이즈 사업이기는 하다. 
잘만 된다면야 직장인 부업으로 쏠쏠할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그렇게 쏠쏠한 매장은 많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점주가 몸으로 때우고 때운 만큼 벌어가는 식일 것이다.


장점도 분명히 있다.
앞선 글에서 밝힌바와같이
1. 창업 비용이 그리 크지 않다 : 임대 보증금까지 5천만원 정도로 가능
2. 창업이 쉽다 : 본사에서 알아서 잘 진행해준다.
3. 물류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물건을 바로바로 채울 수 있다.
4. 홍보할 필요가 없다.
5. 일 자체가 어렵지 않다.
 
이정도의 장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1. 창업비용이 크지 않다?
다르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편의점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편의점 잘된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어떤 손님은 편의점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딱 봐도 시원한 매장 안에서 기다리다 손님이 오면 바코드 찍어서 계산만 하면 되니까 편해보였나보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으니 매장이 추가되는것도 간단한 것이다.
 
 
2. 창업이 쉽다. 
위와 마찬가지로 본사에 창업 의사만 밝히면 어디든 개점을 해주니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다.
 
 
3. 물류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이게 생각보다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편의점은 보통 하루에 3번 물건이 들어온다. 
내가 운영했던 매장의 경우 당일 발주할 경우 낮시간에 공산품, 저녁시간에 냉장 식품, 다음날 아침 시간에 냉장 식품과 냉동식품이 들어왔다. 
즉, 본사에서는 하루 3번 셔틀버스처럼 배송기사가 배송을 돌고있는것이다. 
이것은 내가 물건을 발주넣지 않더라도 무조건 돌아가는것으로, 고정비가 발생하고있다는 뜻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에 두번 정도만 돌아도 되는데, 김밥이나 햄버거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들이 있어 배송기사가 매일 돌고있는것이다. 
 
매일 돌고있으면 재고를 쌓아놓지 않아도 되니까 좋지 않냐고?
그 물류 시스템을 돌리는게 전부 원가에 녹아있다. 
 
시스템에서 물건을 발주할때 보면 매가와 원가가 있다. 고객에게 물건을 판매할 때의 판매가와 내가 본사로부터 물건을 떼어오는 가격인 원가 정보이다. 
그런데 이 원가가 쿠팡 로켓배송 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꽤나 있었다. 
말이 되는가? 나에게 직접 배송오는 가격보다 본사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물품을 보내는게 더 비싸다니 
물론 모든 제품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런 제품들이 종종 보였다. 
 
즉 나에게 물품을 넣어줄때 이미 본사는 마진을 포함한 것이다. 거기에다 나중에 정산때도 또 떼어간다. 
 
예를들어 맥주를 예로 들어보자. 요즘엔 보통 4캔에 11000원 하니까 한캔에 2750원인 것이다. 여기서 부가세 10%를 제외하면 실제 한캔의 매출은 2475원이다. 그리고 맥주의 원가는, 물론 제품마다 다른데 대충 1800원 정도로 들어온다. 
한 캔 팔면 675원이 남는거다. 그런데 여기서 본사와 분배를 해야한다. 우리는 68:32로 나눴으니까 내가 459원 본사가 216원을 버는거다.
 
그런데 본사에서 대량으로 구매할때는 1800원보다 더 싸게 들여왔을테니, 
우리한테 보내줄때 한번 판매 정산할때 또 한번 마진을 가져가는것이다. 
 
이런 구조이다보니 점주 입장에서는 마진율이 박하고 남는게 없다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4. 홍보할 필요가 없다. 
이는 홍보할 필요도 없고, 내가 홍보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나름대로 판촉행사를 여러번 해봤다.
뭘 사면 뭘 끼워준다던가, 가격을 인하해본다던가.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실 나만해도 편의점에서 캔콜라 하나 더준다고 굳이 더 먼곳까지 잘 안찾아간다. 
그냥 가까운게 최고다. 
편의점 최고의 무기는 입지다. 
이는 홍보로도 뒤집을 수 없으니 점주의 노력이 매출로 연결되지 않더라. 
그저 손님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5. 일 자체가 어렵지 않다. 
그러다보니 최저임금을 주게되어있다. 물론 요즘은 이 최저임금조차도 낮지는 않지만. 
최저임금의 일자리이다보니 주로 어린 학생들이나 은퇴 후 소일거리로 일하려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사실 나이가 많은 분들, 특히 여성분들은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최고의 알바생이다. 
대부분 깔끔하시고, 집안일로 단련이 되어서인지 작은 편의점 정도야 청소며 위생관리며 정말 잘하신다. 
 
그런데 어린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한다. 
처음에 교육시키고 냅두면 쓰레기도 안치우고, 유통기한 체크도 안하고(그냥 두면 진짜 유통기한이 2일 넘게 지난 김밥이 계속 진열되어있다. 다행히 이런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지날시 포스기로 바코드를 찍으면 판매 불가 상품이라고 나온다)
정말 아무것도 안한다. 
앉아서 핸드폰보면서 놀다가 손님이 와도 핸드폰보다가 계산해달라고 와서야 계산정도 해준다. 
 
무인으로 운영 가능하다면 안쓰고싶은 경우가 정말 많았다. 


이런 운영적인 측면 외에 세금 처리 문제도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사람을 고용해서 월급을 주면, 어떻게 알았는지 보험가입을 시키라고 공단에서 연락이 온다. 
4대보험은 정직원으로(매니저) 등록된 친구만 넣어주고, 보통은 고용/산재보험을 넣어주게된다.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이것도 근무자가 늘어나면 꽤나 큰 돈이 된다. (물론 작은 돈이지만, 순이익대비 큰돈이라는 의미이다)
 
이외 어려웠던점은 사람관리하는것. 
어쨌거나 편의점 가맹계약시 매일 19시간 오픈하는것으로 계약을 한 것이고, 
장시간 매출이 찍히지 않으면 시스템에서 이상 신호를 본사 관리팀에 보내게된다. 
예를들어서 밤 10시 이후에 매출이 몇일이상 나오지 않으면, 
본사에서 내용증명을 보낸다. 
그냥 확인도 안하고 너네 운영 제대로 안하는거같은데 경고야, 이런식이다. 
아니 사람이 없다구요 해도 경고를 보내고 상생지원금을 까버린다. 
 
그러다보니 운영상 펑크가 없게 하며, 진짜 사람이 없어도 가짜 매출(내돈내고 계산)이라도 찍어야 한다. 
그런데 면단위에서 사람을 뽑아 알바생으로 채용한다는게 생각보다 힘들더라. 
일단 일할 사람도 몇 없고, 면접에서 이친구가 일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경우에는 채용할 수도 없고, 
채용을 못하면 내가 가서 몸으로 때워야하는 일이 빈번했다. 
 
어느정도 근무 스케쥴이 정착되는가 싶으면 또 누가 그만두고. 
정말 6개월 이상 일정하게 근무자를 유지한 적이 있나 싶다. 계속 누군가 나가고 들어오고, 새로 교육시키고.
우린 매니저에게 신규 근무자 교육도 일임해서 같이 근무하게하면, 
한 명이 일할걸 두명이 일하는 식이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한 명 채용해서 교육시키는데 10~15만원의 비용이 발생한것같다. 
 
그리고 갑자기 저 내일 못나와요 이러면 그땐 정말 내 개인 스케쥴을 다 버리고 매장으로 가야하는 점도 힘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다시 괜찮은 자리가 있으니 편의점 해보지 않을래?
라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무조건 No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