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운영한 이야기_4 - 돈이 될까?
편의점 개점 계약시 5년이 기본이라고 했는데 왜 4년만에 그만뒀을까?
당연하겠지만 돈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안된건 아니다. 그랬다면 더 빨리 닫았겠지.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가면 여러 상점 양도양수글이 많은데, 오토로 잘 돌아가고 주인이 일하면 순수익 천만원도 넘는다 하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해보니까 오토로 돌아가면 그냥 돌리면 되는건데 굳이 넘길 필요가 없다.
뭐 물론 출산때문에, 혹은 스트레스때문에 넘길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진짜 100에 1,2명이나 될까? 또는 권리금 장사하는 경우일 수도 있긴 하겠다. 개점하고 자리잡은 후에 권리금받고 넘기고 다시 창업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아무튼 편의점 개점 후에 자리를 잡고난 후 매출과 실제 정산금을 기록해놨다.
우선 중요한것은 고정비일 것이다. 처음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을때를 기준으로 보자면 대략적인 고정비는 다음과 같다.

월 고정비가 645만원이다. 놀랍지 않은가? 사실 난 직장인으로 월급만 받아보다보니 인건비 이외에 뭐가 이렇게 많이 나가는지 생각도 안해봤는데 이런저런 항목으로 고정비가 꽤 높았다. 그중에서도 전기료의 경우 냉난방이 필요없는 봄, 가을의 경우엔 30만원대로 나왔는데(이것도 일반 가정용 전기료를 생각하면 엄청난거긴 하다) 여름철엔 50만원이 훌쩍 넘었다. 요즘은 전기료도 많이 올라서 이번 여름이라면 60만원은 가뿐하게 넘을것같다.
내가 운영하던 매장에는 내부냉동고(비싼 아이스크림 진열용) 1개, 워크인 냉장고(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물건 채우는 대형 냉장고)문 4개짜리 하나, 얼음컵 냉동고 1개, 오픈 냉장고 3칸, 일반아이스크림 냉동고 3개가 있었는데 규모에 따라 전기료는 왔다갔다 하겠지만 이게 거의 최소규모일 것이다. (참고로 매장이 16평이었다)
아무튼 고정비가 생각보다 많고 일년에 한번 종합소득세도 내야하는것도 감안해야한다.
그럼 실제 수익은 어느정도였을까?

자리를 잡은 후 1년간의 매출/정산 내역이다.
연초 겨울 이후로는 꾸준하게 월매출 4000만원 이상을 찍었다. 물론 담배를 제외하면 2000만원대이다. 요즘은 많이 알려졌지만 담배는 뻥매출이다. 미끼상품 개념인 것이다. 4500원짜리 담배 한갑 팔면 100원쯤 남으려나 원가 빼고 수수료 빼고 하면 마진율이 3%쯤 된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돈이 안된다. 뭐 몇억쯤 팔면 돈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튼 담배 포함 일매출 140, 담배비율은 40%초반대의 매출이었다. 이정도면 편의점 평균 매출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고, 월세를 고려하면 꽤 괜찮은 매출이었다.
처음 개점 상담을 받을때 예상매출을 80만원으로 봤는데 140이니 성공적인 안착이었다.
월 고정비가 645만원이고 2020년 월평균 정산액이 726만원이었으니까 월 80만원 정도씩 수익이 난 셈이다.
알바생의 경우 쪼개기를 통해 주휴수당을 피하기는 했지만 매니저를두어 주휴수당까지 지급하고 대신 발주, 현금 정산 등 손이 많이가는 업무를 모두 일임한 풀오토 매장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할 일은 본사에서 돈 정산되면 월급주고, 월세 이체하고 공과금내고, 세무사/노무사에게 세무자료, 노무자료 넘겨주는것 외에는 딱히 없었다. 한달에 4시간 정도만 신경쓰면 되었으니 4시간 부업하고 80만원이면 꽤 괜찮지 않은가?
거기에 해당 지역이 공장 건설 이슈로 유동인구가 늘어난 2021년은 매출이 더 늘었다.(애초에 공장 건설 이슈를 바라보고 출점한 이유도 있었다.)

2021년 9월까지의 매출을 보면 월매출 5000만원을 넘겼다. (6월~9월은 나중에 정리하려다 경쟁점 입점이후로 기입을 안해놨으나 정산금은 매달 정산하느라 적어놨다 ㅜㅠ)
20년 10월 ~ 21년 9월까지로 평균을 내보면 정산금은 770만원 정도였다. 고정비가 645만원이니 120만원정도를 풀오토로 가져갔던 셈이다.
사실 그때는 주위에도 편의점 직장인 부업으로 나쁘지 않다, 혼자는 좀 힘들 수 있고 조력자 한두명만 있으면 편하게 돈 벌 수 있으니 운영해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고다녔다. 물론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고 월세 인상 요구도 있어 실제 순이익은 100이 안되긴 했지만, 풀오토니까 수익만 나면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다 21년 9월 면단위에서 도보거리에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입점했다. 사실 도보거리 외에 차로 5분정도 거리에 편의점들이 생기기 시작하긴 했으나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하지만 우리보다 좋은 자리에 더 큰 편의점이 생기니 바로 매출에 타격이 오기 시작했다.
21년 10월 정산금이 400대로 줄더니, 폐점 직전인 23년 초에는 100대까지 줄어버렸다. 고정비는 점점 오르는데 수익은 줄어버리니 위약금을 물고라도 폐점하는게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고정비가 올라 700수준인데 정산을 200을 받으니 월 500씩 손실이 난 것이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월세내고 직원들 월급주는 사장 놀이를 한 것이다.
그래서 편의점이 돈이 되냐고? 답은 Yes 되긴 된다. 그런데 돈이 좀 크게 될라치면 하나 더 생긴다. 매출이 늘면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점포 개발자들이 꼬인다. 그렇게 점포 개발자들이 자리를 봐놨다가 창업 희망자가 나오면 그 자리를 추천하는것이다. 사실 본인이 몸으로 때우면 돈을 가져갈 수는 있고 사인하고나면 본사는 나몰라라니까.
사실 본사는 좁은지역에 점포수가 많을수록 좋다. 어차피 물류 시스템은 돌려야하는데 도는 중간에 잠깐 물건 떨궈주고가면 되니까.
지금 우리가 폐점해서 경쟁점은 매출이 크게 늘었을것이다. 늘었으니 그 점주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기뻐하고있을것이다. 무려 1년 반동안 자기 인건비도 못건져가며 경쟁한 보람이 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웃긴게 뭐냐하면, 우리가 폐점한다고하니까 해당 지역의 더 좋은 위치에 CU에서 이미 본부임차 자리를 마련해놨다는 것이다. 운영할 사람만 생기면 우리를 물리친 경쟁점보다 더 좋은 위치에 편의점이 또 생기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심정을 경쟁점 점주도 느끼겠지. 우리는 그나마 동업으로 리스크가 분산되었고, 운영하는동안 코로나로인해 보조금도 꽤나 받아서 큰 손실 없이 정리하는데 그 점주는 아마 피눈물을 흘리면서 폐점하게될 것이다.
그래서 편의점을 할만한 자리가 나오거나 여건이 된다면 할것인가? 하면 답은 100% No 다.
이건 왜 그런지 다음 글에서 더욱 상세하게 써보겠다.
5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