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TALK

이상주의자들

스택 사냥꾼 2018. 7. 16. 08:01

솔직히 최저임금 문제에 본사 수수료나 임대료 문제로 물을 타는 집단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주들에게 물어보면 임대료나 본사 수수료가 무서운지, 최저임금이 무사운지 답이 나옵니다. 임대료는 초기 개업시 정해진 가격으로 하며 인상률도 몇년간은 예측 가능합니다. 애초에 초기 사업성 분석때 감안하는 비용이죠. 상가주들도 일부 상권이 눈에 띄게 좋아진 곳 제외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공실나면 본인 손해인데 장사 잘 하고 월세 따박따박 내는 세입자를 왜 내치겠습니까. 본사 수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본사에서 지원하는 부분이 엄청납니다.

일단 브랜드를 제공합니다. 예측 가능한 상품 라인업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공급 가능토록 합니다. 물류 시스템도 제공합니다. 동네 마트에서는 여기저기 물류 공급선을 연결해 물건을 들여와야하지만 편의점에서는 본사 앱으로 발주를 내면 반나절에서 하루 안에 진열이 가능합니다. 신제품이나 PB상품을 만들어줍니다. 편의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경쟁력을 높여 매출이 늘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모든것이 전산화되어 어떤 상품이 몇시에 얼마치가 팔렸는지, 전주 대비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도 확인 가능합니다. 매출 데이타를 상세히 제공함으로써 편의점 운영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일종의 빅데이터죠. 게다가 매출이 잘 나오는 편의점은 재계약시 점주들에게 장려금도 지급합니다.

본사에서 매출원가를 뺀 이익금의 일부를 가져가야만 하는 것이 점주가 하면 더 큰 비용이 들 것을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절감해주기 때문입니다. 동네 슈퍼가 있던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오는 것은 이때문입니다. 동네 슈퍼로 뼈빠지게 하는것보다 편의점으로 본사 관리받으며 하는게 더 편하고 돈이 되니까요.

하지만 편의점이 본사때문에 장사 못하겠다고 간판 떼고 동네 슈퍼로 돌아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편의점 브랜드로 바뀌는 경우는 있지만요.

위에 언급한 브랜드 파워라는게 생각보다 엄청난 메리트입니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주변에 프랜차이즈 식당을 하다가 좀 되는가 싶어 동일한 위치에 동일한 가격으로 동일한 메뉴의 식당을 간판만 바꿔 달고 영업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모든게 동일하니 매출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본사 수수료를 아껴 수익이 늘 것으로 예상한 것이죠. 결과가 어땠을까요? 간판을 바꿔달자마자 매출의 절반이 없어졌습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일부 매장을 빼고는 본사의 관리하에 있는 것이 리스크가 적습니다. 전문가들이 경영 외적인 부분을 관리해주고 점주는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일부 문제가 되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만행도 있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버리듯 프랜차이즈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듯 이유가 있어 이미 분석된 리스크인 본사 수수료와 임대료를 걸고 넘어지며 왜 최저임금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무리들은 사업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정말 단 한 순간도 고민해본적이 없는 말 그대로 생각이 없은 자들일 것입니다. 경주마처럼 앞만보며 주변 상황은 돌아보지 않고 누가 조종해주지 않으면 그저 빨리 뛰는게 최고인줄 아는 무리들이죠.

최저임금의 경우 그 누구도 2년만에 29%가 오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라는 것이죠. 한달 30일 24시간 8350원에 주휴수당 20% 를 준다면 다음의 비용이 들 것입니다.

30 × 24 × 8350 × 1.2 = 721만원

정부가 좋아하는 주 52시간 근무를 점주가 한다면
52 × 4 × 8350 × 1.2 = 208만원

즉 513만원을 점주는 인건비로 지불할 것입니다.(물론 본인이 일을 더 할 수도, 가족이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산술적으로)

앞으로 최저임금이 20%정도 더 늘어 1만원이 된다면 월 100만원의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이 속도라면 2년 안에 되겠죠. 이게 영세 점주가 감당 가능할까요? 아마 감당이 안되니 다른 방법을 찾을겁니다. 야간(1시~6시) 에 문을 닫는다거나 점주와 가족들이 남는 시간에 일한다거나(하루 4시간 정도) 말이죠.

그럼 현재 알바비로 513만원을 지불하는 매장에 시급이 1만원이 된다해도

30 × (24-9) × 10000 × 1.2 = 540만원
이 됩니다. 여기에 알바시간 꺾기를 통해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세팅한다면 450만원으로 시급이 20% 올랐지만 지출하는 알바비는 10% 하락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이상주의자들에겐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같겠지만 제가 보기엔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겁니다. 앉아서 망하느니 뭐라도 할테니까요.

최저시급 문제에 을-을 갈등이라며 물타기를 하는 무리들은 제발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최저시급이 이런 속도로 오르면 올해 7개월만에 나타나듯 물가 상승과 고용 축소가 심화되어 모두 힘든 세상이 올 것입니다.